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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합물반도체, 개발 포기할 수 없는 국가 전략적 자산
● 정부 차원의 지원 통해 관련 기술 및 인력, 기업 육성해야
“화합물반도체는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전략적 자산이다.”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5월 2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이하 CSTA)’ 발족식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화합물반도체는 기존의 실리콘 반도체가 감당하기 힘든 고전압‧고열 등의 환경에서 쓰이는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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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주최하고 한국나노기술원과 CSTA가 주관한 이날 발족식에는 산‧학‧연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해 화합물반도체 산업의 미래 전략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과기부는 ‘우주국방용 전략 소자를 위한 화합물반도체 인프라 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발족식을 주최했다. 사업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화합물반도체는 우주항공 및 국방 분야의 핵심 소재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화합물반도체 공급망은 물론 연구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CSTA는 앞으로 ‘화합물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화합물반도체 연구 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기업을 육성하며 궁극적으로는 화합물반도체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행사에서 경과보고를 맡은 고유민 한국나노기술원 실장은 “다른 나라처럼 (화합물반도체에) 수조 원을 투자할 수 없는 실정이기에, 한정된 자원에서 최대의 효율을 끌어내려면 (산업계, 학계, 연구계의) 협력이 절실하다”라며 “CSTA는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첫 단추’”라 강조했다.
발족식에서는 3건의 발표가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는 ‘글로벌 전략경쟁 시대의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이라는 주제로 이현익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이 연구위원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화합물반도체에 (정부가)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국가의 방위전략과 경영전략 차원에서는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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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위원은 대만을 예로 들었다. “TSMC의 별명 중 하나가 ‘대만의 실리콘 방패’인데 미국의 산업을 위해서는 TSMC의 파운드리 반도체가 필요하므로 미국이 대만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의미”라며 “화합물반도체협의회 발족을 시작으로 한국도 화합물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해 대만과는 다른 ‘반도체 방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표자는 마규식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상무였다. 마 상무는 전기차용 화합물반도체 기술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우주, 국방용 화합물반도체는 고가이고 소량 생산되는 만큼 시장이 형성되기는 어렵다”며 “화합물반도체 생태계를 만들려면 먼저 이 기술을 쓰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화합물반도체를 쓰는 시장 중 대표적인 곳이 전기차”라며 전기차에 쓰이는 화합물반도체와 기술의 변화에 관해 설명했다.
마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그간 전기차에 주로 쓰이던 화합물반도체는 실리콘 카바이드(SiC)였다. 하지만 비싸고 부피가 커 갈륨나이트라이드(GaN) 등 다른 화합물반도체도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는 추세다. 그는 “최근 실리콘 카바이드와 갈륨나이트라이드를 섞어서 쓰는 방식의 ‘퓨전 화합물반도체’도 나오고 있다”라며 “퓨전 화합물반도체를 사용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10~11%까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표는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가 우주산업의 성장과 그 과정에서의 화합물반도체 역할을 소개했다. 이 전무는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덕에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비용이 30분의 1 수준으로 줄자 인공위성 발사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인공위성은 운용 기간 수리가 불가능하므로 화합물반도체 등 고성능 소재가 많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우주에서 쓰이는 화합물반도체를 만들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전무는 “우주 분야 화합물반도체 시장이 성장하겠으나 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우주에 나가면 수리가 어렵거나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인공위성이나 발사체를 개발하는 업체는 신규 진입업체의 부품을 쓰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발사체나 위성을 개발할 때 국내업체의 부품을 써 준다면 국내 화합물반도체 기업도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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